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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

강기원의 '여행' 어느 역이었던가?기억에도 없는 한 지하철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다가 우연하게 읽은 시!강기원의 '여행'을 읽는데 가슴 깊은 곳에서 물결이 일었다.왜 그랬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그렇게 우연히, 일상을 벗어나 잠시 잠깐 사색에 잠길 수 있게 해서 지하철역의 시가 좋다. 여행 강기원 네게로 가는 길이 너무 많아나는 모든 길들 사이에서 길을 잃는다.어리둥절한 우체통을 길 가운데 세워 놓는다.나침반과 시계를하늘에 단다.눈 먼 새 앉아있는풍향계는 무풍 지대에 놓기로 한다.철길 건너편의 차단기가 내려지고철로의 경고음 울려도지나가는 기차 한 대 없다.내 안의 물고기를 세워놓고나는 옆으로 눕는다. 긴 여행이 될 것이다. 더보기
안도현의 '바람의 두께' 안도현의 시집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에게 가장 마음에 든 시! 바람의 두께 씨근덕씨근덕 그렇게도 몇날을 울던 제 울음소리를 잘게 썰어 햇볕에다 마구 버무리던 매미가 울음을 뚝 그쳤습니다 때맞춰 배롱나무는 달고 있던 귀고리들을 모두 떼어냈습니다 울음도 꽃도 처연한 무늬만 남았습니다 바람의 두께가 얇아졌습니다 더보기
도종환의 '담쟁이' 이 사진은 작년 봄, 우리 동네 하천 둑에서 자라는 담쟁이넝쿨 모습이다.새로 난 초록잎들과 미처 떨어지지 않은 지난해 시든 잎들이 섞여 있는 모습이 아름다워, 나는 카메라를 꺼냈다.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시원하게 가지를 뻗기 시작한 담쟁이 푸른 잎들이 눈이 부셨다. 그러다가 가을이 되자 담쟁이 잎도 단풍이 들었다.마치 손을 맞잡은 듯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일제히 담을 넘고 있는 가을의 담쟁이를 보자 눈물이 날 것 같았다.이 담쟁이를 보자, 도종환 시인의 시가 떠올랐다.시인은 담쟁이의 이런 모습을 보고 이 시를 쓰셨나보다. 담쟁이 저것은 벽어쩔수 없는 벽이라고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더보기
정희성의 '봄날' 2008년 출간된 정희성의 시집 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시! 햇볕좋은 봄날이 몸으로 전해지는 듯하다. 정희성시인은 시인으로서는 완전히 고수가 되신 듯 하다. 봄날 날 좋다 햇빛 알갱이 다 보이네 하늘에서 해가 내려 알을 슬어놓은 듯 볕 바랜 이불호청 해 냄새 난다 꺄르르 가시나들 웃음소리에 울밑에 봉선화도 발돋움하겠네 더보기
강은교의 '빗방울 하나가' 볼일이 있어서 서울에 갔다가 6호선 '삼각지' 지하철역 스크린도어에서 우연히 발견한 강은교의 '빗방울 하나가'라는 시다.나는 강은교 시인의 시를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는다.그다지 관심 없는 시인인데... '빗방울 하나가'라는 이 시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잠깐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오늘처럼 마음을 울리는 시를 본 건 처음이다.우리가 두드리고 싶은 것들에 '어둠'이 속해 있는데, 그것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어둠의 세력(?)에 저항하는 우리에게 보내는 격려 같아서 더 감동스러웠는지 모르겠다.시인은 그런 우리에게 '약해지지' 말라고 말하는 듯해서 힘이 솟는다.지하철역에서 아름다운 시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감동스럽다. 빗방울 하나가강은교 무엇인가 창문을 두드린다놀라서 소리나는 쪽을 바라본다빗방울 하나가 서 있.. 더보기
정호승의 산산조각 정호승의 에서 '산산조각'이라는 시를 읽으면서 나는 경주의 한 고택 마당에서 본 화초가 심어진 깨진 항아리 조각을 생각했다. 그 댁 종부님은 이미 이런 사실을 다 알고 계신 듯 했다. 산산조각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산산조각이 나얼른 허리를 굽히고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불쌍한 내 머리를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부처님이 말씀하셨다산산조각이 나면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산산조각이 나면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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