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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강기원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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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역이었던가?

기억에도 없는 한 지하철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다가 우연하게 읽은 시!

강기원의 '여행'을 읽는데 가슴 깊은 곳에서 물결이 일었다.

왜 그랬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그렇게 우연히, 일상을 벗어나 잠시 잠깐 사색에 잠길 수 있게 해서 지하철역의 시가 좋다.


여행

                  강기원


네게로 가는 길이 너무 많아

나는 모든 길들 사이에서 

길을 잃는다.

어리둥절한 우체통을 

길 가운데 세워 놓는다.

나침반과 시계를

하늘에 단다.

눈 먼 새 앉아있는

풍향계는 무풍 지대에 놓기로 한다.

철길 건너편의 차단기가 내려지고

철로의 경고음 울려도

지나가는 기차 한 대 없다.

내 안의 물고기를 세워놓고

나는 옆으로 눕는다.


긴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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