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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도종환의 '담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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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작년 봄, 우리 동네 하천 둑에서 자라는 담쟁이넝쿨 모습이다.

새로 난 초록잎들과 미처 떨어지지 않은 지난해 시든 잎들이 섞여 있는 모습이 아름다워, 나는 카메라를 꺼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시원하게 가지를 뻗기 시작한 담쟁이 푸른 잎들이 눈이 부셨다. 

그러다가 가을이 되자 담쟁이 잎도 단풍이 들었다.

마치 손을 맞잡은 듯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일제히 담을 넘고 있는 가을의 담쟁이를 보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 담쟁이를 보자, 도종환 시인의 시가 떠올랐다.

시인은 담쟁이의 이런 모습을 보고 이 시를 쓰셨나보다.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는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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