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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윤동주의 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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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가 적힌 이 시비는 윤동주문학관 윗편에 있는 '시인의 언덕'이라는 곳에서 본 것이다.

한켠에 한성도성을 끼고 있는 고즈넉한 '시인의 언덕'은 옛날 이 근처에 살던 윤동주시인이 바람을 쐬러 올라왔던 언덕이라고 한다.

너무 옛날 일이고 기록에도 없어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겠지만, 윤동주 시인이 자주 왔기도 했겠다 싶을 정도로 분위가 있다.

'시인의 언덕'이 마음에 든 것은 어쩜 '서시'가 적혀 있는 시비 때문인지도 모른다.


감수성 넘치던 사춘기 중고등학생 시절, 나는 윤동주의 시를 정말 좋아했다.

당시에는 서시, 별헤는밤, 자화상 같은 시를 외우기도 했다.

얼마 안가  외운 시들은 기억에도 가물가물 모두 잊었지만, 그 중에서도 '서시'는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고 입가를 맴돌곤 했다.

나는 이 시비에 적힌 윤동주의 서시를 발견하자,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어떤 아련한 기분에 빠졌다.

사춘기 시절, 첫사랑을 우연히 만난다면, 이런 기분일까? 

윤동주의 서시는 모두에게 순진했던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 같다.

나이가 든 한참 뒤에도 '서시'는 여전히 아름답다.


서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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