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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최정희의 지금도 붓꽃 무리지어 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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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안양은 버스정류장마다 시가 한편씩 붙어있다.

이 시들은 부지런히 기간을 두고 바꿔가며, 버스정류장을 오가는 시민들의 정서를 풍부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시민들과 지역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작품들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순수한 서민들의 마음이 담겨있는 시를 잠깐을 이용해 읽는 것이 즐겁다.

모두 시민들의 인문학적 교양을 높이겠다는 목표 아래 진행되는 행사이다.


그러다가 며칠 전, 우리 동네 버스 정류장에서 '지금도 붓꽃 무리지어 피면'이라는 시를 발견했다.

이 시는 시민들이 쓴 시보다 훨씬 완성도 있고 울림이 있어 보인다.

시 말미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안양에 살고 있는 시인의 작품이었다.

재능기부로 실린 '최정희'시인의 시다.

 이 시에 등장하는 어머니는 우리 세대 어머니,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 세대 부모님들은 누구나 자식에게 더 좋은 교육을 시키기 위해 당신들을 희생하며 살아오셨다.

그 세월이 다 지나서 우리 아버지는 벌써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너무 많이 늙으셨다.

그런 부모님의 모습이 시인의 시와 함께 겹쳐지면서 눈가가 어른거린다.

이 시를 알게 된 이제부터는 보라빛 붓꽃을 보면, 눈물이 날 것 같다.


지금도 붓꽃 무리지어 피면

                                            최정희

오월이면 어머니는

붓꽃 가득 안고 오십니다.

아이는 보라색 물감 묻혀

어머니 옥색 치마에 

그림을 그려갑니다.


풀죽을 먹어도

아이는 도회지에 유학시키겠다던

어머니의 꿈이

보랏빛 물결로 출렁입니다.


물결 바라보는 내 눈동자에도

보라빛 강물이 흘러

그 강물 따라 오늘도

지구 끝까지 흘러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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