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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송수권의 소반다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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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반다듬이' 란 제목을 보면서, '왜, 소반이 다듬이가 되었지?' 이상한 생각에 이 시를 읽기 시작했다.

소반을 책상 삼아 시를 쓰고 그것이 우리 말을 다듬이질하는 행위였음을 뒤에 가니까, 알겠다.

송수권 시인의 말처럼 이 시를 읽으면서 우리말이 너무 귀엽고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이 시에 등장하는 개다리소반과 쥐눈콩 단어가 귀엽다는 생각을 하다가는 되똥거리는 오리가, 깡총거리는 토끼까지 생각나 즐거웠다.

우리말이 특별히 예뻐서가 아니라, 송수권 시인이 우리말을 참 잘 갖고 노는 시인인 것 같다.

 

소반다듬이

                             송수권

왜 이리 좋으냐

소반다듬이 우리탯말

개다리 모자 하나를 덧씌우니

개다리소반상이라는 눈물나는 말

쥐눈콩을 널어놓고 썩은콩 무른콩을 골라내던

어머니 손

그 쥐눈콩 콩나물국이 되면 술이 깬 아침은

어 참 시원타는 말

아리고 쓰린 가슴 속창까지 뒤집어

흔드는 말


시인이 된 지금도 쥐눈콩처럼 쥐눈을 뜨고

손반상 위에서 밤새워 쓴 시를 다듬이질하면

참새처럼 짹짹거리는 우리말

오리 망아지 토끼 하니까 되똥거리고 깡총거리며

잘도 뛰는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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