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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숨을 내쉬며, 산길을 오르다가 발견한 유안진의 시 '작정'이다.
나는 이 시를 읽으면서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인생을 산다는 건, 내겐 마치 산길을 오를 때처럼 늘 숨이 찬 일이었다.
항상 쉽지 않았고 여전히 쉽지 않고 앞으로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산길을 오르는 기분과 인생을 사는 기분은 늘 비슷했다.
그래서 유안진 시인이 무작정 살기로 했다는 '작정'이 공감 갔는지도 모르겠다.
길다면 긴 50년이 넘는 세월을 살다보니, 인생이 내 맘같지 않다는 것을 알겠다.
먼 옛날, 아버지가 철없는 나를 앉혀놓고 "인생은 열심히 산다고 해서 꼭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란다" 했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
이제서야 그게 무슨 뜻인지 깨닫게 되었는데, 그 말을 이제는 알겠노라고 하소연을 늘어놓고 싶은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안 계시다.
아버지는 내 맘을 아실텐데, 내 그 맘을 알아 줄 사람이 없다.
유안진의 시 '작정'을 읽으니, 그런 내 맘을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난 것 같다. 그래서 슬프다.
'작정'은 그래서 내 마음을 쓰다듬어주는 시 같다.
이 시를 읽으니, 지금 이대로 좀더 인생을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작정 이렇게 좀더 살아야겠다.
작정
유안진
모르며 살기로 했다
시린 눈빛 하나로
흘러만 가는 가을 강처럼
사랑은 무엇이며
삶은
왜 사는 건지
물어서 얻은 해답이
무슨 쓸모 있었던가
모를 줄 알며 사는
어리석움이여
기막힌 편안함이여
가을 하늘빛 같은
시린 눈빛 하나로
무작정 무작정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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