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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박남준의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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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준 시인도, 그의 시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도 다 처음 보는 것이다. 

오동꽃이 지는 모습이 '후두둑 눈물처럼'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나도 지는 오동꽃을 떠올렸다.

공감이 가는 표현이다.

'맞아! 오동꽃은 그렇게 슬프게 떨어지지..'하면서 시를 읽었다.

시인의 그리움이 슬프면서도 담담하게 표현되었다는 느낌이다.   

박남준의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시는 행 나눔이 돋보인다.

그것이 주는 리듬감이 시인의 감정을 담담하게 표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행 나눔이 감정의 여백과 절제를 담당한다는 인상이다.

시인의 이런 글쓰기 무척 마음에 든다. 

박남준의 다른 시들도 궁금하다.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박남준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사는 일도 어쩌면 그렇게

덧없고 덧없는지

후두둑 눈물처럼 연보라 오동꽃들

진다 덧없다 덧없이 진다

이를 악물어도 소용없다


모진 바람 불고 비,

밤비 내리는지 처마끝 낙수물 소리

잎 진 저문날의 가을숲 같다

여전하다 세상은

이 산중, 아침이면 봄비를 맞은 꽃들 한창이겠다


하릴없다

지는 줄 알면서도 꽃들 피어난다

어쩌랴, 목숨지기 전엔 이 지상에서 기다려야 할 

그리움 남아 있는데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너에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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