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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백석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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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백석 시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는 철저하게 월북한 카프문학가들의 책을 금서로 정해, 읽지 못하게 해서 그들의 작품을 전혀 읽을 수가 업었다.

그 뒤, 월북작가의 작품들이 해금되어 많이 출판되었지만, 그때는 시에 대한 흥미가 조금 멀어진 때라 또 골라서 읽지 못했다.

우연히 도서관 책꽂이 모퉁이에서 발견한 백석의 시는 정치적이지도 이념적이지도 않다.

그저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일 뿐이다.

더 젊었을 때, 카프 문학작품들을 보았으면 어땠을까?

당대의 가장 지적이고 인텔리들이었다는 그들의 작품들을 읽었다면, 문학에 대한 감수성을 더 키울 수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문학작품을 더 많이 읽었을 것이다.

백석의 바다는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뿐만 아니라, 운율도 무척 리듬감있고 각운까지 맞춰서 더 읽는 재미가 있다.

마치, 라임이 잘 맞는 서양시를 읽는 것 같다.

그래서 소리내서 읽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백석의 다른 시들도 읽고 싶다.  


바다

                                            백석

바닷가에 왔드니

바다와 같이 당신이 생각만 나는 구려

바다와 같이 당신을 사랑하고만 싶구려

구붓하고 모래톱을 오르면

당신이 앞선 것만 같구려

당신이 뒷선 것만 같구려

그리고 지중지중 물가를 거닐면

당신이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구려

당신이 이야기를 끊은 것만 같구려

바닷가는 개지꽃에 개지 아니 나오고

고기비늘에 하이얀 햇볕만 쇠리쇠리하야

어쩐지 쓸쓸만 하구려 섧기만 하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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