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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장석주의 '대추 한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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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 다가 오니, 우리 동네 아파트 화단에 있는 대추도 붉게 익어가고 있었다.

색깔이 짙어지는 대추를 보니, 가을이 되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그러면서 장석주의 '대추 한알'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그냥 가을이 오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특히, 개인적으로 이번 여름에는 일이 너무 많았다.

우리 동네 하천에 사는 집오리들 때문에 태풍과 장마, 더위가 예전같이 느껴지지 않고 내내 마음 졸이는 걱정거리였다.

그러던 끝에, 바로 가을의 문턱에서 5마리의 오리들 중 4마리가 죽었다.

그러고 나니, 대추가 익어가는 모습이 감동스럽기만 했다.

여름의 악천우와 병충해를 모두 극복해서 열매를 맺고, 그것을 잘 익히고 있는 대추나무가 대견스러운 느낌이다.

자연에서는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기적이라는 걸 이번 여름에 배웠다.

장석주 시인은 벌써부터 그 사실을 다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대추 한 알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혼자 둥글어질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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