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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권서각의 '지난여름' ​곽서각 시인의 '지난 여름'은 처음 보는 시다.처음부터 차근차근 읽는데...눈물이 난다.곽서각 시인은 사람들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그리움을 잘 알고 있고, 그것을 잘 표현하는 분 같다.애써 외면하고 있던 그리움과 그것으로 인한 마음아픔이 오롯이 살아나, 슬프다. 지난 여름 곽서각 모래는 누구에게 맹세할 수 없어서별은 누구에게 맹세할 수 없어서바닷가 언덕에 모여 근심하였네모래는 누구에게 맹세할 수 없어서별은 누구에게 맹세할 수 없어서손가락에 눈물 찍어 어둠에 대고 꼭 눌러모르는 사람의 이름을 썼네흩어진 별의 뼈허물어진 모래성을 지나지난 여름 바닷가 빈 마을로파도는 빈손으로 물 만지러 간다파도는 배가 고파 물 먹으러 간다파도는 눈물이 나서 물보러 간다 더보기
정끝별의 '처서' ​처서가 지나고 8월도 지나, 9월이 시작되니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분다.그래서 가디건을 찾고, 좀더 긴 옷을 챙겨입게 된다.'정끝별' 시인의 '처서'를 읽고서야 매미 노래소리가 멈췄다는 걸 기억해냈다.언제 멈춘걸까?영영 올 것 같지 않았던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금방 가을이 올 것 같다. 처서 정끝별모래내 천변 오동가지에맞댄 두 꽁무니를포갠 두 날개로 가리고사랑을 나누는 저녁매미 단 하루단 한사람단 한번의 사랑을 용서하며제 노래에 제 귀가 타들어가며 벗은 옷자락을 걸어놓은팔월도 저문 그믐멀리 북북서진의 천둥소리 더보기
복효근의 '산길' 복효근의 '산길'이라는 시는 우리나라 정상에서 바라다 보이는 풍경을 잘 그려 놓았다. 산의 정상에서 보면, 정말 너른 세상보다 더 높고 너른 산들이 보인다. 그것은 높은 산일수록 더 심하다. 너른 산들이 병풍처럼 첩첩 둘러쳐가며 풍경을 만들고 있는 우리나라의 산세를 우리 인간사와 연결해서 공감가게 잘 표현했다. 인생의 고단함이 끝이 없듯이 산은 우리가 헤쳐가야 할 봉우리들을 끝도 없이 펼쳐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슬프거나 고단하게 느껴지지 않고 살아야 할 이유로, 용기있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복효근의 '산길' 시의 장점이 바로 이 지점에 있는 것 같다. 기상이 느껴지는 우리나라의 산세를 떠올리며 이 시를 읽었다. 그 기상 때문에 시가 회의적이지 않고 건강하게 느껴.. 더보기
백석의 '바다' ​나는 백석 시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내가 학교를 다닐 때는 철저하게 월북한 카프문학가들의 책을 금서로 정해, 읽지 못하게 해서 그들의 작품을 전혀 읽을 수가 업었다.그 뒤, 월북작가의 작품들이 해금되어 많이 출판되었지만, 그때는 시에 대한 흥미가 조금 멀어진 때라 또 골라서 읽지 못했다.우연히 도서관 책꽂이 모퉁이에서 발견한 백석의 시는 정치적이지도 이념적이지도 않다.그저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일 뿐이다.더 젊었을 때, 카프 문학작품들을 보았으면 어땠을까?당대의 가장 지적이고 인텔리들이었다는 그들의 작품들을 읽었다면, 문학에 대한 감수성을 더 키울 수 있었을 것이다.무엇보다 감동적인 문학작품을 더 많이 읽었을 것이다.백석의 바다는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뿐만 아니라, 운율도 무척 리듬감있고 각운까지 맞춰서 .. 더보기
박남준의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박남준 시인도, 그의 시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도 다 처음 보는 것이다. 오동꽃이 지는 모습이 '후두둑 눈물처럼'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나도 지는 오동꽃을 떠올렸다.공감이 가는 표현이다.'맞아! 오동꽃은 그렇게 슬프게 떨어지지..'하면서 시를 읽었다.시인의 그리움이 슬프면서도 담담하게 표현되었다는 느낌이다. 박남준의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시는 행 나눔이 돋보인다.그것이 주는 리듬감이 시인의 감정을 담담하게 표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그리고 이러한 행 나눔이 감정의 여백과 절제를 담당한다는 인상이다.시인의 이런 글쓰기 무척 마음에 든다. 박남준의 다른 시들도 궁금하다. 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박남준멀리서 가까이서 쓴다 사는 일도 어쩌면 그렇게덧없고 덧없는지후두둑 눈물처럼 연보라 오동꽃들.. 더보기
랭보의 '감각' ​​​​도서관 책꽂이 모서리에서 랭보의 '감각'이라는 시를 발견했다.책을 찾다 말고 나는 서서 랭보의 시를 읽었다. 감각 랭보여름 야청빛 저녁이면 들길을 가리라밀잎에 찔리고 잔풀을 밟으며하여 몽상가의 발밑으로 그 신선함 느끼리바람은 저절로 내 맨머리를 씻겨주겠지말도 않고, 생각도 않으리그러나 한없는 사랑은 내 넋속에 피어오르리니나는 가리라, 멀리, 저 멀리, 보헤미안처럼계집애 데려가듯 행복하게 자연속으로. 한글로 번역된 시를 보고 나니, 원문이 궁금하다.나는 집으로 돌아와서 랭보의 '감각'을 검색했다.생각보다 프랑스어 원문이 많다.원문은 아래와 같다. Sensation Arthur RimbaudPar le soir bleus d'été, j'irai dans les sentiers,Picoté par l.. 더보기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의 시는 항상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다. 산길을 오르다가 우연히 발견한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은 그의 어떤 시보다 더 마음을 쓰다듬어 준다. 그래서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내 등을 토닥이며, "괜찮아, 삶이 다 그런 거야!"라고 위로해 주는 듯 하다. 그래서 오르기 힘든 산길 같은 인생을 기운을 내서 계속 올라가야겠다고 마음먹게 된다.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더보기
이상의 ‘최후’ ​동네 도서관 책꽂이 모퉁이에서 발견한 이상의 '최후'라는 시다.이 시는 처음 보는 것이다.나는 반가운 마음에 발길을 멈추었다.그리고 차근차근 시를 읽었다.짧은 시다.그러나 이해가 가지는 않는다.젊은 시절, 감동을 주었던 많은 시인의 시들이 세월이 흘러서는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그러나 이상의 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이해가 가지 않아도, 언제나 '이상'의 글에는 뭔가 심오한 것이 담겨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그래서 여전히 '이상'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아마도 더 세월이 흘러도 '이상'의 글은 이해가 안 갈지 모르겠다.그랬으면 좋겠다. 최후 이상 능금 한 알이 추락하였다.지구는 부서질 정도만큼 상했다.이미 여하한 정신도 발하지 아니한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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