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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면서 동네 하천가로 운동을 하러 간다.
운동이라야 강물을 따라 걷는 정도가 다인데, 물을 바라보면서 걷노라면, 지난날의 별아별 것들이 다 떠오른다.
슬프기도하고, 아쉽기도 하고, 때로는 원망스럽기도 한 온갖 감정들이 피어오르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강물이 아니었다면, 어쨌을까? 생각한다.
강물은 그런 내게, '그냥 물처럼 흘러가게 놔두어라!' 속삭이는 듯 하다.
물처럼, 세월처럼 흘러갈 거라고!
꼭, 이루어지지 않아도 그냥 이대로도 괜찮다고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 하다.
김용택 시인의 '강가에서' 시는 그런 강물의 마음을 꼭 닮았다.
강가에서
김용택
강가에서
세월이 많이 흘러
세상에 이르고 싶은 강물은
더욱 깊어지고
산그림자 또한 물 깊이 그윽하니
사소한 것들이 아름다워지리라
어느날엔가
그 어느날엔가는
떠난 것들과 죽은 것들이
이 강가에 돌아와
물을 따르며
편안히 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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