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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서 소리가 난다 ​​골목에서 소리가 난다. 정지혜 그림, 김장성 글 (사계절)​'골목에서 소리가 난다'라는 제목의 그림책은 오늘날 우리나라의 변화되고 있는 도시의 풍경을 보여준다.재개발로 사라져가고 있는 우리의 마을, 동네 골목길, 아이들...​무엇보다 정지혜의 그림이 너무 따뜻해서 좋다.동양화 같기도 한 느낌은 어디서 오는 걸까?서양화가 분명한데, 마치 동양화를 보는 것 같은 그런 친근함이 있다.​김장성 작가의 글도 마음에 든다.재개발을 위해 대부분의 주민들이 떠난 마을에는 가난한 사람들만 남았다.그리고 버려진 개와 길고양이들... 그의 이야기는 담담하게 오늘날 우리나라의 밑낯을 보여준다.그럼에도 과장됨이 없다.게다가 마음 아프고 무거운 스토리가 너무 적막하게만 느껴지지 않은 건 문장의 리듬감 때문인 것 같다.나는 이..
송수권의 소반다듬이 ​ 나는 '소반다듬이' 란 제목을 보면서, '왜, 소반이 다듬이가 되었지?' 이상한 생각에 이 시를 읽기 시작했다.소반을 책상 삼아 시를 쓰고 그것이 우리 말을 다듬이질하는 행위였음을 뒤에 가니까, 알겠다.송수권 시인의 말처럼 이 시를 읽으면서 우리말이 너무 귀엽고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이 시에 등장하는 개다리소반과 쥐눈콩 단어가 귀엽다는 생각을 하다가는 되똥거리는 오리가, 깡총거리는 토끼까지 생각나 즐거웠다.우리말이 특별히 예뻐서가 아니라, 송수권 시인이 우리말을 참 잘 갖고 노는 시인인 것 같다. 소반다듬이 송수권왜 이리 좋으냐소반다듬이 우리탯말개다리 모자 하나를 덧씌우니개다리소반상이라는 눈물나는 말쥐눈콩을 널어놓고 썩은콩 무른콩을 골라내던어머니 손그 쥐눈콩 콩나물국이 되면 술이 깬 아침은어 참 시원..
최정희의 지금도 붓꽃 무리지어 피면 ​내가 살고 있는 안양은 버스정류장마다 시가 한편씩 붙어있다.이 시들은 부지런히 기간을 두고 바꿔가며, 버스정류장을 오가는 시민들의 정서를 풍부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시민들과 지역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작품들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그래도 순수한 서민들의 마음이 담겨있는 시를 잠깐을 이용해 읽는 것이 즐겁다.모두 시민들의 인문학적 교양을 높이겠다는 목표 아래 진행되는 행사이다. 그러다가 며칠 전, 우리 동네 버스 정류장에서 '지금도 붓꽃 무리지어 피면'이라는 시를 발견했다.이 시는 시민들이 쓴 시보다 훨씬 완성도 있고 울림이 있어 보인다.시 말미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안양에 살고 있는 시인의 작품이었다.재능기부로 실린 '최정희'시인의 시다. 이 시에 등장하는 어머니는 우리 세대 ..
윤동주의 서시 ​서시가 적힌 이 시비는 윤동주문학관 윗편에 있는 '시인의 언덕'이라는 곳에서 본 것이다.한켠에 한성도성을 끼고 있는 고즈넉한 '시인의 언덕'은 옛날 이 근처에 살던 윤동주시인이 바람을 쐬러 올라왔던 언덕이라고 한다.너무 옛날 일이고 기록에도 없어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겠지만, 윤동주 시인이 자주 왔기도 했겠다 싶을 정도로 분위가 있다.'시인의 언덕'이 마음에 든 것은 어쩜 '서시'가 적혀 있는 시비 때문인지도 모른다. 감수성 넘치던 사춘기 중고등학생 시절, 나는 윤동주의 시를 정말 좋아했다.당시에는 서시, 별헤는밤, 자화상 같은 시를 외우기도 했다.얼마 안가 외운 시들은 기억에도 가물가물 모두 잊었지만, 그 중에서도 '서시'는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고 입가를 맴돌곤 했다.나는 이 시비에 적힌 윤동주의 ..
섬 위의 주먹 ​​엘리즈 퐁트나유 글, 비올레타 로피즈 그림/ 정원정, 박서영 옮김 (오후의 소묘)​'섬 위의 주먹'이라는 제목의 그림동화책은 다문화와 세대간의 대화, 땅에 대한 사랑 등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다.루이할아버지와 손자인 소년 간의 사랑이 마음으로 따뜻하게 전달된다.조부모님과의 친밀한 관계가 모두 끊어진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실 속에서 '섬 위의 주먹'에서의 할아버지와 소년의 관계는 무척 부러운 모습이다. ​한편, 루이 할어버지는 프랑스로 이주해온 스페인인이다.또 너무 어린 나이부터 학교를 다니지 못한 채 일만 해서 프랑스어로 글을 쓸 줄도 읽을 줄도 모른다.조금 다른 이유에서지만,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우리나라로 이주해온 외국인 신부들을 생각했다.한국어에 서툴고 한글을 쓸 줄도 읽을 줄도 모르는 그녀들..
위초하의 회룡포 ​​강이 깊게 동그라미를 그리며 흘러, 섬이 아닌데 섬 같이 된 예천군 회룡포를 다녀왔다.비룡산의 회룡포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회룡포 마을은 그림처럼 아름답다.회룡포전망대를 오르는 300미터 가량의 산길 계단에는 올라가는 사람들이 지루할세라, 시들이 군데군데 적혀 있었다.그걸 읽으면서 오르는 즐거움이 있다.그 시들 가운에 눈에 더 띄는 위초하의 회룡포!회룡포를 보지 않고 회룡포전망대를 먼저 올라갈 때는 몰랐는데, 산을 내려와 회룡포를 한바퀴 돌고 회룡포를 외돌아 흐르는 내성천을 보니, 위초하시인보다 더 회룡포를 잘 표현한 사람이 있나 싶다.회룡포를 마치 그림처럼 떠올리게 하는 시다. 회룡포 위초하외나무다리 아래로 휘돌아 나온유순한 땅을 곤괘로 엎드리자모래섬은 햇귀를 끌어들여모래톱마다 둥지를 보듬었다장안사추..
자크 프레베르(Jaques Prevert)의 '고엽'(Les feuilles mortes) ​이 시는 우리 동네 시립 도서관 종합자료실 책꽂이 사이에서 발견한 것이다.우리 동네 도서관 종합자료실은 책꽂이 모서리마다 아름다운 시를 적어 놓았다.책을 찾다 말고 멈춰 서서 발견한 시를 읽는 재미가 있다. 이 시는 프랑스 시인 '자크 프레베르'(Jaques Prevert)의 '고엽'이란 시다.'Les feuilles mortes'(죽은 잎들)라는 원제를 더 우리 말에 익숙한 단어로 번역한다면, '고엽'이 아니라 '낙엽'이라고 해야 더 적당하다.이 시는 조셉 코스마(Joseph Kosma)에 의해 작곡되어, 노래로 우리와 더 친숙하다.그 과정에서 노래 제목이 '고엽'이라고 번역되어, 지금까지 '고엽'으로 계속 불리고 있는 것이다.나는 이브 몽땅의 노래로 '고엽'을 기억한다.이브 몽땅의 부드러우면서 슬픈..
강기원의 '여행' 어느 역이었던가?기억에도 없는 한 지하철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다가 우연하게 읽은 시!강기원의 '여행'을 읽는데 가슴 깊은 곳에서 물결이 일었다.왜 그랬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그렇게 우연히, 일상을 벗어나 잠시 잠깐 사색에 잠길 수 있게 해서 지하철역의 시가 좋다. 여행 강기원 네게로 가는 길이 너무 많아나는 모든 길들 사이에서 길을 잃는다.어리둥절한 우체통을 길 가운데 세워 놓는다.나침반과 시계를하늘에 단다.눈 먼 새 앉아있는풍향계는 무풍 지대에 놓기로 한다.철길 건너편의 차단기가 내려지고철로의 경고음 울려도지나가는 기차 한 대 없다.내 안의 물고기를 세워놓고나는 옆으로 눕는다. 긴 여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