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곤강의 '나비' 윤곤강의 '나비'에 등장하는 나비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날개가 찢긴 나비이다. 그런 나비가 날지 못한 상태가 된 모습을 그리고 있다. 생각만 해도 슬픈 느낌이다. 이 시는 자연의 존재 속에 감정을 이입한 자연친화적인 화자의 마음이 잘 그려져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윤곤강의 '나비'를 '생태적'인 특성의 시라고 하려나? 마치, 교과서에 실렸을 법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아침 산책길에 꽃 위에서 본 나비가 떠올라 적어본다. 나비 윤곤강 비바람 험살궂게 거쳐 간 추녀 밑 날개 찢어진 늙은 노랑 나비가 맨드라미 대가리를 물고 가슴을 앓는다 찢긴 나래의 맥이 풀려 그리운 꽃밭을 찾아갈 수 없는 슬픔에 물고 있는 맨드라미조차 소태 맛이다 자랑스러울손 화려한 춤 재주도 한 옛날의 꿈조각처럼 흐리어 늙은 무녀처럼 나비..
윤동주의 '나무' 청년인 채로 남은 윤동주의 시들은 맑아서 슬프다. 많은 시들이 순수한 청년의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는데,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나무'란 시가 가장 그랬던 것 같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짧고 간결한 '나무'는 그래서 더 슬프다. 나무 윤동주 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불고 나무가 잠잠하면 바람도 자오
헤르만 헤세의 '봄의 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한 2020년 봄, 어느 때보다도 헤르만 헤세의 '봄의 말'이라는 시가 실감난다. 노인에게 더 치명적인 이 병원체는 무섭게 전 지구를 휩쓸며, 공포를 주고 있다. 자연이 얼마나 냉혹한지 요즘처럼 실감하기는 처음이다. 올봄에는 내가 진정으로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많이 무서웠다. 나는 헤세의 말대로라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연습을 해야 할 존재인 것이다. 죽을 운명에 던져진 인간에게 헤르만 헤세의 '봄의 말'은 냉정하기만 한 경구같다. 봄의 말 헤르만 헤세어느 소년 소녀나 알고 있다.봄이 말하는 것을살아라, 자라나라, 피어나라, 희망하라, 사랑하라,기뻐하라, 새싹을 움트게 하라몸을 던져 삶을 두려워 말아라!늙은이들은 모두 봄이 소곤거리는 것을 알아듣는다.늙은이여, 땅 속에 ..
천상병의 '난 어린애가 좋다' 산길에서 우연히 읽게 된 천상병 시인의 '난 어린애가 좋다'라는 시! 그저 아이들을 좋아하는 시인의 마음을 담담하게 표현했을 뿐인데... 다 읽고 나니, 마음 가득 따뜻함이 퍼진다. 천상병 시인의 시는 다 그랬던 것 같다. 그의 순수하고 소박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서 아름다운... 그 감동이 어디서 어떻게 전해지는지 통 알 수가 없다. 꾸밈으로 담을 수 없는 마음이 천상병 시인의 시에는 깃들어 있다. '난 어린애가 좋다'라는 시도 그 중 하나다. 오래 전에 돌아가신 천상병 시인을, 마치 산길에서 만난 듯 반갑다. 난 어린애가 좋다 천상병 우리 부부에게는 어린이가 없다 그렇게도 소중한 어린이가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난 동네 어린이들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요놈! 요놈하면서 내가 부르면 어린이들은 환갑 나이의 날..
김용택의 '강가에서'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면서 동네 하천가로 운동을 하러 간다. 운동이라야 강물을 따라 걷는 정도가 다인데, 물을 바라보면서 걷노라면, 지난날의 별아별 것들이 다 떠오른다. 슬프기도하고, 아쉽기도 하고, 때로는 원망스럽기도 한 온갖 감정들이 피어오르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강물이 아니었다면, 어쨌을까? 생각한다. 강물은 그런 내게, '그냥 물처럼 흘러가게 놔두어라!' 속삭이는 듯 하다. 물처럼, 세월처럼 흘러갈 거라고! 꼭, 이루어지지 않아도 그냥 이대로도 괜찮다고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 하다. 김용택 시인의 '강가에서' 시는 그런 강물의 마음을 꼭 닮았다. 강가에서 김용택강가에서세월이 많이 흘러세상에 이르고 싶은 강물은더욱 깊어지고산그림자 또한 물 깊이 그윽하니사소한 것들이 아름다워지리라어느날엔가그 어느..
이병기의 '냉이꽃' 전에 없던 전염병으로 온 세상이 얼어붙어도 봄이 왔다.개나리들이 꽃이 지고 푸른 잎들이 돋아날 즈음, 냉이와 꽃다지들이 꽃을 피웠다.고개를 깊숙히 숙이고 하얀 냉이꽃과 노랑 꽃다지꽃을 보았다.가녀린 이 꽃들에게 인간의 일이 뭔 상관일까?생각하니, 이병기 시인의 냉이꽃이 떠올랐다. 냉이꽃 이병기밤이면 그 밤마다 잠은 자야 하겠고낮이면 세 때 밥은 먹어야 하겠고그리고 또한 때로는 시도 읊고 싶구나 지난 봄 진달래와 올 봄에 피는 진달래가지난 여름 꾀꼬리와 올 여름에 피는 꾀꼬리가그 얼마 다를까마는 새롭다고 않는가 태양이 그대로라면 지구는 어떨 건가수소탄 원자탄은 아무리 만든다더라도냉이 꽃 한 잎에겐들 그 목숨을 뉘 넣을까
정호승의 '또 기다리는 편지' 정호승 시인의 시는 읽으면 언제나 가슴 먹먹한 슬픔에 젖게 한다. 그러면서도 가슴속에 훈훈하게 퍼지는 따뜻함은 무엇일까? 기다림은 고통만이 아니라, 행복이기도 하다는 건 기다려 본 사람만이 안다. 그걸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깨닫게 된 건 바로 이 시, 정호승의 '또 기다리는 편지'를 읽고 나서였다. 또 기다리는 편지 정호승 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안도현의 제비꽃에 대하여 날씨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니, 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터질 듯 맺혀 있는 산수유꽃 꽃망울을 보기도 했다. 아마 오늘은 꽃이 피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하루 종일 밖을 나가지 못했다. 곧 들판에는 봄꽃들이 앞다투며 필 것이다. 봄꽃,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제비꽃! 제비꽃에 대한 추억이 특히 많아서 내겐 '봄'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제비꽃이다. 제비꽃을 노래한 안도현의 '제비꽃에 대하여'도 빼놓을 수는 없다. 제비꽃에 대하여 안도현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