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림책읽기

박완서의 ‘시를 읽는다’

반응형

소설가 박완서의 시, '시를 읽는다'가 그림책으로 나와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으로 알았다.

도서관에 갔더니, 이런 책이 있다.

'시를 읽는다'는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라는 산문집에 수록된 시라고 한다.

이 책을 보니, 나도 시를 열심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시를 읽을 때면, 청소년시절 열심히 시를 읽었더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들어서 좋다.

당시의 느낌과 기분이 풀풀 살아나서 '소녀'가 된 듯한 기분에 젖는다.

참고로 내 나이는 50대 후반이다.

그런데 박완서씨는 나와는 조금 다른 기분이 드는 것 같다.

책은 시의 한 구절 구절에 어울리는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책 속의 그림도 맘이 따뜻해지게 한다.

나는 이 책은 전문을 옮겨 쓰고 싶어졌다.

박완서의 '시를 읽는다'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되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시를 옮겨 쓰면서, 돌아가신 박완서씨를 생각했다.

나이가 조금 더 들면, 이런 기분을 알까?

이 시는 그녀의 죽음에 대한 솔직한 심정이 느껴져 좋다.

나도 죽음을 생각하면 무섭다.

작가들은 죽음에 대해 엄청 초연하고 관조적인 태도를 글에 부각시키려고들 하는데, 박완서씨는 그 두려움과 슬픔이 너무 솔직하게 표현되어 감동을 준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