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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정호승의 산산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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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의 <이 짧은 시간 동안>에서 '산산조각'이라는 시를 읽으면서 나는 경주의 한 고택 마당에서 본  화초가 심어진 깨진 항아리 조각을 생각했다.
그 댁 종부님은 이미 이런 사실을 다 알고 계신 듯 했다.

산산조각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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