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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책읽기

악의 평범성, 이산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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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평범성'이라는 시집은 이산하 시인이 50세가 넘어서 출간한 시집이다.

그런데도 청년의 시를 읽는 듯 하다.

이 시인은 아직도 젊은 시절의 상처와 고통 속에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이산하 시인을 대학교 2학년 때 '한라산'이라는 4.3제주 항쟁을 소재로 쓴 서사시로 알게 되었다.

그는 우리에게서 잊혀지고 있던 '제주 4.3사건'을 새롭게 문제제기한 최초의 인물이었다.

제주 4.3은 공산당 잔당들이 일으킨 소요사태가 아니라 국가에 의한 민중학살로 재조명되었다.

그의 한라산 시를 읽으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던 기억이 난다.

그는 이 시로 옥고를 치르는 등, 고초를 겪었다.

그리고 나는 그를 잊어버렸다.

그런 그가 며칠 전 우연히 생각났다.

나는 '이산하' 시인이 무엇을 하나 궁금해졌다.

그리고 급하게 그의 책들을 몇 권 찾아 읽었는데, 옛날과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여전히 시퍼렇게 날이 선 시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수년간 절필생활로 이렇게 다시 글을 쓰게 된 건 최근의 일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는 깊은 상처와 슬픔 속에 있는 느낌이다.

그의 슬픔은 마치 잘 간 칼날 같다.

그 칼날에 피부가 베이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시들을 읽었다.

시인이 옆에 있다면, 너무 잘 하셨다고 정말 중요한 일을 하신 거라고 격려를 해드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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