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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읽기

안데르센의 완두콩 다섯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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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원작, 이은영 글, 정광필 그림, 완두콩 다섯 알 (씽크하우스)

안데르센의 '완두콩 다섯 알'을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서 배웠던 이야기 같다.

너무 오래되어, 가물가물한데 나한테는 그렇게 생각되는데... 모르겠다.

그만큼 이 이야기는 너무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콩알 하나에 불과한 완두콩이 생의 희망을 잃은 아픈 소녀의 방 창가에 싹을 내려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그 모습을 본 소녀가 기운을 내서 다시 건강을 회복한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어찌 이것이 가능할까?

동화일뿐이야! 라고 누군가는 말할지 모른다.

그런데 아파본 나로서는 어느정도 이것은 사실이라는 걸 안다.

나는 10여년 전에 암수술을 받았더랬다.

그러고는 8개월 뒤, 봄에 베란다에 하얗게 핀 넝쿨자스민을 보면서 살아서 봄을 맞아 이렇게 향기롭고 아름다운 넝쿨자스민꽃을 본다는 것이 너무 감동스러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렇게 해가 바뀌는 봄마다 그 꽃은 내게 살아 있음의 행복감을 주었다. 

그러다가 나는 그꽃을 몇 년 뒤 암수술을 받은 이웃 친구에게 선물로 주었다.

넝쿨 자스민꽃이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그녀에게도 삶의 기쁨을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창가에 싹을 띄우고 꽃을 피우고 완두콩 열매가 맺히는 모습을 보면서 소녀가 점점 건강을 회복했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사실이고 기적이다.

그래서 아주 어린 시절에 읽은 안데르센의 '완두콩 다섯 알'보다 나이가 든 지금 이 이야기는 더 감동적이고 울림이 크다.

생명이 있는 존재가 발휘하는 능력은 인간의 합리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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