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글 그림, 어느 날 밤 (도서출판 산하)
이동진의 '어느 날 밤'이라는 그림책은 판화체 그림으로 되어 있는 예쁜 책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 특징을 재밌게 표현하고 있다.
들판에 떨어져 있는 어떤 물건!
깜깜한 밤, 아무것도 잘 알아볼 수 없는 상황에서 개는 이것을 뼈다귀로 보고...
여우에게는 토끼로 보이고...
고양이에게는 생선으로 보인다.
모두 하나같이 자기가 좋아는 음식들이다.
나는 이 마음을 너무 잘 안다.
원하는대로 보이는 것은 비단 잘 알아볼 수 없는 밤만의 일은 아니다.
모든 것이 훤한 대낮인데도 자기가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걸 나는 직접 확인한 경험이 있다.
오랜 옛날, 프랑스에서 공부할 때의 일이다.
어학연수를 마치고 본격적인 공부를 하기 위해 다른 도시로 이사를 했다.
한국인이라고는 한 사람도 알지 못할 때, 게다가 학기를 시작하기 훨씬 전 여름방학에 이사를 가서 나는 꼬박 3달 동안 한국사람을 한 명도 만나지 못한 채 생활했다.
길을 걷다가 동양사람만 봐도 반가웠다.
점점 심해져서 나중에는 너무 뻔하게 생긴 서양 사람도 동양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나의 동양사람에 대한 간절함이 이런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나는 '내가 미쳐가나보다!'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다행히, 그러기 전에 학기가 시작되었고...
학교에서 한국학생들을 엄청 많이 알게 되어, 즐거운 유학생활을 했던 기억이 있다.
뭐든 자기가 원하는 대로 보이는 것이 맞다.
이동진 작가는 그런 우리의 심리를 정말 잘 알고 있다.
여러 동물들이 밤에 본 것이 실제로 뭐였는지는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길...ㅋㅋ
이 사진과 설명은 책에 실려 있는 이동진 작가의 프로필이다.
나는 유명한 동요, '노을'을 지은 분이 바로 이분이라는 걸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알았다.
'노을'의 작가라는 사실이 더 반가워서 사진과 프로필을 간직하기 위해 여기에 실었다.
다른 책도 보고 싶다.
그림도 이야기도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