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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곽재구의 새벽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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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 시인의 시를 무척 좋아했던 시절이 있었다.

엄혹했던 젊은 시절이었다.

그래서 곽재구 시인을 떠올리면 그 먼 슬펐던 시절이 떠올라 공연히 눈시울이 붉어지곤 했다.

그의 시는 우리 젊은 시절의 쓸쓸함을 닮았다.

당시 곽재구 시인의 시는 백무산 시인처럼 힘있지도 않고, 박노해 시인처럼 인기있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의 시는 구호적이지 않았고 깊은 성찰 없이 깨달은 양 하지도 않았다.

곽재구 시인의 시는 진솔하면서도 무력하기만 했던 우리의 젊음을 닮았다.

그래서 그의 시가 좋았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희망을 믿는 따뜻함이 있었다.

그러다가 며칠전 산길을 오르다 문득 마주친 곽재구 시인의 시!

여전히 그는 희망을 이야기 한다.

그런 변함없는 그의 시를 보자,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시인의 시는, 마치 오래 전 절친을 만난 듯 행복하고 반갑다.


새벽편지

                                 곽재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은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이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

이제 밝아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과 라일락 꽃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새벽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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