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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이형기의 ‘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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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잘 보이지 않게 써 있는 이 시는 이형기 시인의 '낙화'이다.

이 시는 우리 동네 시립도서관 책꽂이에서 본 것이다.

우리 동네 시립도서관의 종합자료실 책꽂이에는 시들이 이렇게 예쁜 글씨로 써서 붙어있다.

오랜만에 도서관엘 들렀더니, 시들이 또 싹 바뀌어 있었다.

이형기의 '낙화'는 너무 반갑다.


이형기 시인의 '낙화'를 무척 좋아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건 아주 옛날 어린 시절의 일이다. 

너무 좋아한 나머지, 달달 외워서 아주 한참 후까지 읍조릴 정도로 입가에 맴돌던 시다.

그리고 여전히 벚꽃이 흩날리는 길을 걸으면, '낙화'를 떠올리곤 한다.

그러니, 내게 '낙화'는 추억의 시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시다. 


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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