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인의 마을

정현종의 '굴뚝'

반응형

이건 몇 년 전, 서울의 어느 지하철 역 스크린도어에서 발견한 정현종 시인의 '굴뚝'이라는 시다.

청년의 시절이었던 젊은 때, 정현종 시인의 시들을 정말 좋아했다.

당시, 정현종 시인의 시들은 지적이고 조금은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서 우연히 발견한 시인의 시는 너무 편안하고 소박하다.

꾸밈도 없고 선선하고 유머까지 있어 보인다.

나는 그래서 혼자 배시시 웃었다.

나도 나이가 드니 이런 시들이 좋다.

그래서 정현종 시인은 젊었을 때도 '좋아하는 시인'이었는데,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시인'인 것이다.

 

굴뚝

                                              정현종

내 어깨에는

굴뚝이 하나 있어

열 받거나

가슴에 연기가 가득할 때

그리로 그것들을 내보낸다.

어떤 때는 연기가 많이 나고

어떤 때는 빈집 같다.

 

(어떻든 나는 

굴뚝 요법을 추천한다.

그리고 굴뚝은

예컨대 고찰의 옛 굴뚝처럼

이쁠수록 좋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