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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유안진의 '작정' ​가파른 숨을 내쉬며, 산길을 오르다가 발견한 유안진의 시 '작정'이다.나는 이 시를 읽으면서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인생을 산다는 건, 내겐 마치 산길을 오를 때처럼 늘 숨이 찬 일이었다.항상 쉽지 않았고 여전히 쉽지 않고 앞으로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산길을 오르는 기분과 인생을 사는 기분은 늘 비슷했다.그래서 유안진 시인이 무작정 살기로 했다는 '작정'이 공감 갔는지도 모르겠다. 길다면 긴 50년이 넘는 세월을 살다보니, 인생이 내 맘같지 않다는 것을 알겠다.먼 옛날, 아버지가 철없는 나를 앉혀놓고 "인생은 열심히 산다고 해서 꼭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란다" 했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이제서야 그게 무슨 뜻인지 깨닫게 되었는데, 그 말을 이제는 알겠노라고 하소연을 늘어놓고 싶은 아버지는 .. 더보기
윤동주의 '새로운 길' ​위 사진속 '새로운 길'이란 시는 윤동주 문학관 입구에 붙어있는 것이다.윤동주가 직접 쓴 원문을 살려 시를 적어 놓았다.윤동주의 글씨를 보니, 더 반가운 마음이다.무엇보다 이 시에서는 20대 청년 윤동주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설레임이 읽혀져 마음이 너무 아팠다.인생을 다 꽃피우지 못한 채 사망한 윤동주 시인의 인생이 그 어떤 시를 읽을 때보다 가슴아프게 생각되었다.시는 전혀 슬프지 않고 윤동주의 다른 어떤 시보다 희망적인데, 그래서 더 슬프다. 새로운 길 윤동주내를 건너서 숲으로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나의 길 새로운 길 문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더보기
김수영의 '사랑' ​이 시는 우리 동네 시립도서관 책꽂이에서 본 것이다.김수영의 시 '사랑'은 너무 반갑다. 고등학교시절, 나는 내 방문 앞에 이 시를 오랫동안 붙여놓고 살기도 했다.그때는 시인에 대해서 너무 몰라, 시대에 저항하는 시인이라고는 김수영과 신동엽을 알 뿐이었다.나는 그들의 저항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내용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아도 무조건 그들 시를 좋아했던 것 같다.이해가 안 가기로는 신동엽보다 김수영이 더 했다. 나는 도서관에서 김수영의 '사랑' 시를 발견하고는 어린 시절, 무슨 뜻인지 모르면서도 막연하게 멋있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의 내가 떠올라 웃음이 났다.문학에 너무 심취해 있던 소녀적 이야기이다.그렇게 오랫동안 방문에 붙여놓고 본 김수영의 '사랑'은 그때도 이해를 하지 못했지만, 지금 다시 읽어도 뭔 소.. 더보기
이형기의 ‘낙화’ ​제목이 잘 보이지 않게 써 있는 이 시는 이형기 시인의 '낙화'이다.이 시는 우리 동네 시립도서관 책꽂이에서 본 것이다.우리 동네 시립도서관의 종합자료실 책꽂이에는 시들이 이렇게 예쁜 글씨로 써서 붙어있다.오랜만에 도서관엘 들렀더니, 시들이 또 싹 바뀌어 있었다.이형기의 '낙화'는 너무 반갑다. 이형기 시인의 '낙화'를 무척 좋아했던 시절이 있었다.그건 아주 옛날 어린 시절의 일이다. 너무 좋아한 나머지, 달달 외워서 아주 한참 후까지 읍조릴 정도로 입가에 맴돌던 시다.그리고 여전히 벚꽃이 흩날리는 길을 걸으면, '낙화'를 떠올리곤 한다.그러니, 내게 '낙화'는 추억의 시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시다. 낙화 이형기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봄 한철격정을 .. 더보기
신경림의 나목 ​산길에 세워져있는 팻말에서 신경림 시인의 '나목'을 발견했다.'나목'은 처음 보는 시다.발길을 멈추고 시를 읽기 시작했다.신경림 시인의 시는 모든 것이 감동적이다. 나목 신경림나무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서하늘을 향해 길게 팔을 내뻗고 있다밤이면 메마른 손끝에 아름다운 별빛을 받아드러낸 몸통에서 흙속에 박은 뿌리까지그것으로 말끔히 씻어내려는 것이겠지터진 살갗에 새겨진 고달픈 삶이나뒤틀린 허리에 배인 구질구질한 나날이야부끄러울 것도 숨길 것도 없어한밤에 내려 몸을 덮는 눈 따위흔들어 시원스레 털어 다시 알몸이 되겠지만알고 있을까 그들 때로 서로 부둥켜안고온몸을 떨며 깊은 울음을 터뜨릴 때멀리서 같이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더보기
곽재구의 새벽편지 ​곽재구 시인의 시를 무척 좋아했던 시절이 있었다.엄혹했던 젊은 시절이었다.그래서 곽재구 시인을 떠올리면 그 먼 슬펐던 시절이 떠올라 공연히 눈시울이 붉어지곤 했다.그의 시는 우리 젊은 시절의 쓸쓸함을 닮았다.당시 곽재구 시인의 시는 백무산 시인처럼 힘있지도 않고, 박노해 시인처럼 인기있지도 않았다.그러나 그의 시는 구호적이지 않았고 깊은 성찰 없이 깨달은 양 하지도 않았다.곽재구 시인의 시는 진솔하면서도 무력하기만 했던 우리의 젊음을 닮았다.그래서 그의 시가 좋았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희망을 믿는 따뜻함이 있었다.그러다가 며칠전 산길을 오르다 문득 마주친 곽재구 시인의 시!여전히 그는 희망을 이야기 한다.그런 변함없는 그의 시를 보자,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시인의 시는, 마치 오.. 더보기
송수권의 소반다듬이 ​ 나는 '소반다듬이' 란 제목을 보면서, '왜, 소반이 다듬이가 되었지?' 이상한 생각에 이 시를 읽기 시작했다.소반을 책상 삼아 시를 쓰고 그것이 우리 말을 다듬이질하는 행위였음을 뒤에 가니까, 알겠다.송수권 시인의 말처럼 이 시를 읽으면서 우리말이 너무 귀엽고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이 시에 등장하는 개다리소반과 쥐눈콩 단어가 귀엽다는 생각을 하다가는 되똥거리는 오리가, 깡총거리는 토끼까지 생각나 즐거웠다.우리말이 특별히 예뻐서가 아니라, 송수권 시인이 우리말을 참 잘 갖고 노는 시인인 것 같다. 소반다듬이 송수권왜 이리 좋으냐소반다듬이 우리탯말개다리 모자 하나를 덧씌우니개다리소반상이라는 눈물나는 말쥐눈콩을 널어놓고 썩은콩 무른콩을 골라내던어머니 손그 쥐눈콩 콩나물국이 되면 술이 깬 아침은어 참 시원.. 더보기
최정희의 지금도 붓꽃 무리지어 피면 ​내가 살고 있는 안양은 버스정류장마다 시가 한편씩 붙어있다.이 시들은 부지런히 기간을 두고 바꿔가며, 버스정류장을 오가는 시민들의 정서를 풍부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시민들과 지역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작품들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그래도 순수한 서민들의 마음이 담겨있는 시를 잠깐을 이용해 읽는 것이 즐겁다.모두 시민들의 인문학적 교양을 높이겠다는 목표 아래 진행되는 행사이다. 그러다가 며칠 전, 우리 동네 버스 정류장에서 '지금도 붓꽃 무리지어 피면'이라는 시를 발견했다.이 시는 시민들이 쓴 시보다 훨씬 완성도 있고 울림이 있어 보인다.시 말미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안양에 살고 있는 시인의 작품이었다.재능기부로 실린 '최정희'시인의 시다. 이 시에 등장하는 어머니는 우리 세대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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