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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윤동주의 서시 ​서시가 적힌 이 시비는 윤동주문학관 윗편에 있는 '시인의 언덕'이라는 곳에서 본 것이다.한켠에 한성도성을 끼고 있는 고즈넉한 '시인의 언덕'은 옛날 이 근처에 살던 윤동주시인이 바람을 쐬러 올라왔던 언덕이라고 한다.너무 옛날 일이고 기록에도 없어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겠지만, 윤동주 시인이 자주 왔기도 했겠다 싶을 정도로 분위가 있다.'시인의 언덕'이 마음에 든 것은 어쩜 '서시'가 적혀 있는 시비 때문인지도 모른다. 감수성 넘치던 사춘기 중고등학생 시절, 나는 윤동주의 시를 정말 좋아했다.당시에는 서시, 별헤는밤, 자화상 같은 시를 외우기도 했다.얼마 안가 외운 시들은 기억에도 가물가물 모두 잊었지만, 그 중에서도 '서시'는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고 입가를 맴돌곤 했다.나는 이 시비에 적힌 윤동주의 .. 더보기
위초하의 회룡포 ​​강이 깊게 동그라미를 그리며 흘러, 섬이 아닌데 섬 같이 된 예천군 회룡포를 다녀왔다.비룡산의 회룡포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회룡포 마을은 그림처럼 아름답다.회룡포전망대를 오르는 300미터 가량의 산길 계단에는 올라가는 사람들이 지루할세라, 시들이 군데군데 적혀 있었다.그걸 읽으면서 오르는 즐거움이 있다.그 시들 가운에 눈에 더 띄는 위초하의 회룡포!회룡포를 보지 않고 회룡포전망대를 먼저 올라갈 때는 몰랐는데, 산을 내려와 회룡포를 한바퀴 돌고 회룡포를 외돌아 흐르는 내성천을 보니, 위초하시인보다 더 회룡포를 잘 표현한 사람이 있나 싶다.회룡포를 마치 그림처럼 떠올리게 하는 시다. 회룡포 위초하외나무다리 아래로 휘돌아 나온유순한 땅을 곤괘로 엎드리자모래섬은 햇귀를 끌어들여모래톱마다 둥지를 보듬었다장안사추.. 더보기
자크 프레베르(Jaques Prevert)의 '고엽'(Les feuilles mortes) ​이 시는 우리 동네 시립 도서관 종합자료실 책꽂이 사이에서 발견한 것이다.우리 동네 도서관 종합자료실은 책꽂이 모서리마다 아름다운 시를 적어 놓았다.책을 찾다 말고 멈춰 서서 발견한 시를 읽는 재미가 있다. 이 시는 프랑스 시인 '자크 프레베르'(Jaques Prevert)의 '고엽'이란 시다.'Les feuilles mortes'(죽은 잎들)라는 원제를 더 우리 말에 익숙한 단어로 번역한다면, '고엽'이 아니라 '낙엽'이라고 해야 더 적당하다.이 시는 조셉 코스마(Joseph Kosma)에 의해 작곡되어, 노래로 우리와 더 친숙하다.그 과정에서 노래 제목이 '고엽'이라고 번역되어, 지금까지 '고엽'으로 계속 불리고 있는 것이다.나는 이브 몽땅의 노래로 '고엽'을 기억한다.이브 몽땅의 부드러우면서 슬픈.. 더보기
강기원의 '여행' 어느 역이었던가?기억에도 없는 한 지하철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다가 우연하게 읽은 시!강기원의 '여행'을 읽는데 가슴 깊은 곳에서 물결이 일었다.왜 그랬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그렇게 우연히, 일상을 벗어나 잠시 잠깐 사색에 잠길 수 있게 해서 지하철역의 시가 좋다. 여행 강기원 네게로 가는 길이 너무 많아나는 모든 길들 사이에서 길을 잃는다.어리둥절한 우체통을 길 가운데 세워 놓는다.나침반과 시계를하늘에 단다.눈 먼 새 앉아있는풍향계는 무풍 지대에 놓기로 한다.철길 건너편의 차단기가 내려지고철로의 경고음 울려도지나가는 기차 한 대 없다.내 안의 물고기를 세워놓고나는 옆으로 눕는다. 긴 여행이 될 것이다. 더보기
안도현의 '바람의 두께' 안도현의 시집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에게 가장 마음에 든 시! 바람의 두께 씨근덕씨근덕 그렇게도 몇날을 울던 제 울음소리를 잘게 썰어 햇볕에다 마구 버무리던 매미가 울음을 뚝 그쳤습니다 때맞춰 배롱나무는 달고 있던 귀고리들을 모두 떼어냈습니다 울음도 꽃도 처연한 무늬만 남았습니다 바람의 두께가 얇아졌습니다 더보기
도종환의 '담쟁이' 이 사진은 작년 봄, 우리 동네 하천 둑에서 자라는 담쟁이넝쿨 모습이다.새로 난 초록잎들과 미처 떨어지지 않은 지난해 시든 잎들이 섞여 있는 모습이 아름다워, 나는 카메라를 꺼냈다.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시원하게 가지를 뻗기 시작한 담쟁이 푸른 잎들이 눈이 부셨다. 그러다가 가을이 되자 담쟁이 잎도 단풍이 들었다.마치 손을 맞잡은 듯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일제히 담을 넘고 있는 가을의 담쟁이를 보자 눈물이 날 것 같았다.이 담쟁이를 보자, 도종환 시인의 시가 떠올랐다.시인은 담쟁이의 이런 모습을 보고 이 시를 쓰셨나보다. 담쟁이 저것은 벽어쩔수 없는 벽이라고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더보기
정희성의 '봄날' 2008년 출간된 정희성의 시집 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시! 햇볕좋은 봄날이 몸으로 전해지는 듯하다. 정희성시인은 시인으로서는 완전히 고수가 되신 듯 하다. 봄날 날 좋다 햇빛 알갱이 다 보이네 하늘에서 해가 내려 알을 슬어놓은 듯 볕 바랜 이불호청 해 냄새 난다 꺄르르 가시나들 웃음소리에 울밑에 봉선화도 발돋움하겠네 더보기
강은교의 '빗방울 하나가' 볼일이 있어서 서울에 갔다가 6호선 '삼각지' 지하철역 스크린도어에서 우연히 발견한 강은교의 '빗방울 하나가'라는 시다.나는 강은교 시인의 시를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는다.그다지 관심 없는 시인인데... '빗방울 하나가'라는 이 시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잠깐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오늘처럼 마음을 울리는 시를 본 건 처음이다.우리가 두드리고 싶은 것들에 '어둠'이 속해 있는데, 그것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어둠의 세력(?)에 저항하는 우리에게 보내는 격려 같아서 더 감동스러웠는지 모르겠다.시인은 그런 우리에게 '약해지지' 말라고 말하는 듯해서 힘이 솟는다.지하철역에서 아름다운 시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감동스럽다. 빗방울 하나가강은교 무엇인가 창문을 두드린다놀라서 소리나는 쪽을 바라본다빗방울 하나가 서 있..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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