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카 이야기, 루스 반더 제 글, 로베르토 이노센티 그림, 차미례 옮김 (마루벌)
'에리카 이야기'는 제 2차 세계대전 때 일어난 유대인 학살과 관련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작가는 독일을 여행하다가 '로텐브르크'에서 한 여성을 만나게 된다.
'에리카'라는 이름의 이 여성으로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가던 에리카의 부모님은 에리카를 살리기 위해, 기차 밖으로 간난아기인 에리카를 던진다.
다행히 기차 밖에서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던 시민들에 의해, 에리카는 구조되어 잘 자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에리카 부모가 해야 했던 '선택'에 대해서 생각했다.
자식을 버려야 했던 그들의 선택이 곧 '자식을 살리는 선택'이라는 사실은 너무 잔혹하다.
그러나 이런 잔혹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현실이 너무 참담하게 느껴졌다.
어머니가 에리카를 차창 밖으로 던지던 바로 그 순간의 결연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질 만큼 글이 감동적이다.
이 책은 그림보다 이야기가 더 돋보인다.
그러나 힘있고 담담한 '루스 반더 제'의 문체가 '로베르토 이노센티'의 그림과 만나서 더 감동스러운 그림책으로 승화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로베르토 이노센티는 유대인 학살과 관련해 '백장미'라는, 무척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책의 그림을 그린 사람이다.
그 책의 그림과 또 다른 분위기의 이노센티의 짙은 회고동색 톤의 그림이 에리카 이야기와 참 잘 어울린다.
'에리카 이야기'는 어린이보다 어른들에게 더 읽기를 권하고 싶은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