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의 낙엽끼리 모여 산다 눈깜짝 할 사이에 오지 않을 것 같은 가을이 왔고 어느새 주변은 붉은 단풍으로 아름답다.오늘은 아직 물이 깊이 들지 않은 붉은 단풍길을 걸어, 볼일을 보러 시내를 다녀왔다.찬란하기만 한 단풍을 보는데 갑자기 슬픈 생각이 난 것은 스산한 가을 공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그러다가 문득 조병화 시인의 '낙엽끼리 모여 산다'를 떠올렸다.조병화 시인은 이 시를 아마도 나처럼 50이 넘은 나이나 아니면 더 지긋한 연세일 때 쓴 것이 분명하다.인생의 가을 같은 시절을 살면서 지난 슬픔에 너무 담담하다.아무리 애써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있다.이제 그것에 더는 베이지 않는다.절대로 젊은 날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나이와 함께, 세월과 함께 저절로 알아지는 것들이 요즘은 많다.이 시가 꼭 그런 것들 중 하나이다. ..
버리는 연습 버리는 힘 ​​버리는 연습 버리는 힘, 노자와 야스에 지음, 이소영 옮김, (Springcat books)​노자와 야스에라는 일본인이 지은 '버리는 연습 버리는 힘'은 오늘날 유행하고 있는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할 수 있도록 가이드하는 책이다.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고 주변을 깔끔하고 소박하게 정돈하고 살려면 잘 버려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중요한 주제이다.​'버리는 연습 버리는 힘'은 크게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있다.버리는 힘, 마음분석편과 버리는 연습, 실천편과 버리지 못하는 당신이 잃어버린 것, 물건을 다시 늘리지 않기 위한 마음가짐으로 이루어져 있다.작은 규모의 책이라 금방 읽을 수 있고 흥미롭기도 하다.또 책 속에는 그림까지 곁들여 있어서 그 실천을 머리속에서 상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실천할..
장석주의 '대추 한 알' ​10월이 다가 오니, 우리 동네 아파트 화단에 있는 대추도 붉게 익어가고 있었다.색깔이 짙어지는 대추를 보니, 가을이 되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그러면서 장석주의 '대추 한알'이라는 시가 떠올랐다.그냥 가을이 오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특히, 개인적으로 이번 여름에는 일이 너무 많았다.우리 동네 하천에 사는 집오리들 때문에 태풍과 장마, 더위가 예전같이 느껴지지 않고 내내 마음 졸이는 걱정거리였다.그러던 끝에, 바로 가을의 문턱에서 5마리의 오리들 중 4마리가 죽었다.그러고 나니, 대추가 익어가는 모습이 감동스럽기만 했다.여름의 악천우와 병충해를 모두 극복해서 열매를 맺고, 그것을 잘 익히고 있는 대추나무가 대견스러운 느낌이다.자연에서는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기적이라는 걸 이번 여름에 배웠다.장석주 ..
데이비드 흄의 '자연종교에 관한 대화', 이경신의 철학카페 15회 ​2019년 9월 20일에는 이경신의 철학카페 15회가 열렸다.분기마다 1년에 네번씩 열리는 행사로서, 2019년 가을의 철학카페인 셈이다.​이날은 데이비드 흄(David Hume, 1711-1776)의 저서 '자연종교에 관한 대화'(Dialogues concerning natural Religion, 1779)를 가지고 '믿음과 회의주의'란 제목으로 이야기를 나눴다.스코틀랜드 철학자이며, 근대 경험론자인 데이비드 흄의 이 책은 사후에 출간된 책으로 유명하다고 한다.데이비드 흄은 자신이 죽은 뒤에 이 책을 출간해 달라고 부탁하고 죽었다고 한다.아마도 종교적으로 스캔들을 일으킬만한 내용이 담겨있는 이 책을 살아생전에 출판하는 데에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고 이경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그가 회의론자였다는 사실..
행복한 우리가족 ​​행복한 우리가족, 한성옥 지음 (문학동네)한성옥 작가의 '행복한 우리가족'은 한 어린이가 부모님과 함께 미술관에 나들이 간 이야기를 그림일기 형식으로 쓴 그림책이다.이 책은 아이가 부모와 미술관을 오고가면서 즐겁게 보낸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그런데 그림들은 하나같이 시민의식 없는 아이와 부모님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마트에서 얌채처럼 줄을 서거나 음식물 반입이 금지된 잔디밭에서 식사하는 풍경은 시민의식이 결여된 행동일 뿐, 위험하지는 않다.그런데 엘리베이터를 발로 멈춰놓거나 유턴이 금지된 곳에서 유턴을 하는 등의 행동은 너무 위험스러워 보인다.​아이들은 전시장에서도 출입금지선을 넘어가서 작품을 만지기도 하고 공연장에서는 공연 도중에 떠들기도 한다.이처럼 그림책의 그림들은 거의 다 시민의식이 부족한..
권서각의 '지난여름' ​곽서각 시인의 '지난 여름'은 처음 보는 시다.처음부터 차근차근 읽는데...눈물이 난다.곽서각 시인은 사람들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그리움을 잘 알고 있고, 그것을 잘 표현하는 분 같다.애써 외면하고 있던 그리움과 그것으로 인한 마음아픔이 오롯이 살아나, 슬프다. 지난 여름 곽서각 모래는 누구에게 맹세할 수 없어서별은 누구에게 맹세할 수 없어서바닷가 언덕에 모여 근심하였네모래는 누구에게 맹세할 수 없어서별은 누구에게 맹세할 수 없어서손가락에 눈물 찍어 어둠에 대고 꼭 눌러모르는 사람의 이름을 썼네흩어진 별의 뼈허물어진 모래성을 지나지난 여름 바닷가 빈 마을로파도는 빈손으로 물 만지러 간다파도는 배가 고파 물 먹으러 간다파도는 눈물이 나서 물보러 간다
마음의 지도 ​​마음의 지도, 클라우지우 테바스 글, 비올레타 로피즈 그림, 정원정 박서영 옮김 (오후의 소묘)​'마음의 지도'는 '섬위의 주먹'이라는 아름다운 그림책의 '비올레타 로피즈가 '그림을 그려서 더 관심이 갔다.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 어린이는 도시에 사는 아이이다.학교수업이 끝나고 학교에서 나와 친구들과 하교를 하는 이야기인데, 그의 친구들과 동네를 소개하고 있다.​삭막하기만 한 도시 한복판에도 아이들에게는 추억을 쌓을 동심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가지각색의 사람들이 그들 나름대로의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도시 삶의 모습을 어린이의 시선으로 보여준다.어린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은 꼭 장소가 특별해야 하는 게 아니란 걸 이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도시는 삭막해서 추억을 쌓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
정끝별의 '처서' ​처서가 지나고 8월도 지나, 9월이 시작되니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분다.그래서 가디건을 찾고, 좀더 긴 옷을 챙겨입게 된다.'정끝별' 시인의 '처서'를 읽고서야 매미 노래소리가 멈췄다는 걸 기억해냈다.언제 멈춘걸까?영영 올 것 같지 않았던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금방 가을이 올 것 같다. 처서 정끝별모래내 천변 오동가지에맞댄 두 꽁무니를포갠 두 날개로 가리고사랑을 나누는 저녁매미 단 하루단 한사람단 한번의 사랑을 용서하며제 노래에 제 귀가 타들어가며 벗은 옷자락을 걸어놓은팔월도 저문 그믐멀리 북북서진의 천둥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