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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읽기

신데왕자 바베트 콜 글 그림, 김서정 옮김, 신데왕자 (한국프뢰벨 주식회사, 1008) 바베트 콜이 그리고 이야기도 쓴 '신데왕자'는 기존의 유럽 동화를 패러디 한 그림책이다. 전통적인 예쁜 공주와 잘생긴 왕자 이야기를 재밌게 고쳐 놓았다. 이 그림책 속에는 말라깽이에다가 다소 볼품없는 신데 왕자가 등장한다. 유명한 신레렐라 공주 이야기의 현대판이다. 바베트 콜의 그림책들은 재치있는 이야기로 유쾌하다. 그는 우리를 둘러싼 고정관념을 비틀고 문제제기한다. 그런 작가적인 태도가 너무 맘에 든다. 신데왕자도 그런 관점에서 아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이다. 엄청나게 교훈이 담겨 있거나 하지는 않다. 가볍고 유머가 있을 뿐이다. 그래도 그런 가벼움이 그의 귀여운 그림들과 너무 잘 어울린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기존의 동화.. 더보기
버섯소녀 김선진 글 그림, 버섯소녀 (오후의 소묘, 2022) 나는 요즘 같이 며칠 동안 비가 내린 뒤라면, 공원의 큰 나무들이 무리지어 있는 곳의 잔디밭을 살핀다. 그곳에서 돋아난 버섯들을 구경하는 건 재밌다. 이름도 모르지만, 같은 버섯이라고 해도 아기버섯과 성숙한 버섯은 차이가 많이 나서 그것들을 비교하면서 구경하는 건 흥미롭다. 그래도 이렇게 멋진 그림책은 전혀 생각해내지 못했다. 버섯소녀는 버섯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을 쓴 작가는 버섯을 보면서 어떻게 이처럼 아름다운 이야기와 그림을 생각해낸 걸까? 나는 책을 읽는 내내 그것이 더 궁금했다. 연하고 투명한 그림은 버섯의 희미하기만 존재감을 닮았다. 나는 버섯소녀의 그림이 너무 맘에 든다. 우리 주변에서 꼭 봤을 것 같은 풀과 꽃들... 그것을 수채화 .. 더보기
강물이 흘러가도록 바버러 쿠니 그림, 제인 욜런 글, 이상희 옮김, 강물이 흘러가도록 (시공주니어, 2017) '강물이 흘러가도록'은 댐 건설로 수몰지역이 된 미국의 한 마을 이야기이다. 실제로 스위프트강가 퀴빈마을의 사례를 이야기로 꾸민 것이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련해지는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이유로 고향과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소양호, 충주호 등등 거대한 댐이 건설되면서 큰 면적의 마을들이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것들은 모두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이 그림책은 한 마을이 물 속에 잠기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 역시 마을이 수몰되는 과정을 직접 본 적이 없는 터라, 한장면 한장면이 마음에 꽂히는 듯 했다. 이 책은 그것에 대한 가치판단을 .. 더보기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 레오 리오니 글 그림, 최순희 옮김, 프레드릭 (시공주니어, 2016) 레오 리오니는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이다. 그림도 예쁘면서 내용도 교훈적인, 멋진 그림책을 만든다. 프레드릭도 꼭 그런 책이다. 다른 쥐들은 열심히 겨울에 먹을 양식을 모으느라고 바쁘게 움직이는데, 프레드릭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있는 프레드릭에게 친구들은 '뭘 하고 있냐?'고 묻는다. 프레드릭은 겨울에 쓸 빛과 색깔, 이야기를 모으는 중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양식이 떨어져갈 회색을 겨울, 프레드릭은 친구들에게 아름다운 따스한 빛과 색깔, 이야기들을 나눠준다. 나는 사실, 오래 전에 '프레드릭'을 읽었지만 당시에는 별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가 코로나로 2년 넘는 기간 동안, 제대로 된 활동을 못하면서야 '프레드릭.. 더보기
숀탠의 빨간나무 숀 탠 글 그림, 김경연 옮김, 빨간 나무(풀빛, 2013) 숀 탠의 '빨간 나무'는 마음에 관한 그림책이다. 사람들 마음속에 존재하는 우울과 불안, 공포.... 이런 것들을 은유적인 그림과 함께 이야기한다. 다양한 우울감을 표현한 그림들이 상상력이 돋보인다. 나는 숀 탠의 그림책은 이번에 본 '빨간 나무'가 처음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숀 탠은 이미 세계 유명한 일러스트 상을 여럿 수상한 그림작가란다. 그림을 주로 그리던 숀 탠이 스토리까지 쓴 것은 몇 개 안 되는데, 그 중 하나가 이 '빨간 나무'이다. 그러나 내용도 충분히 좋다. 무엇보다 이 책에는 희망이 담겨 있어서 좋다. 검은 나뭇잎으로 가득했던 내면에 빨간 나무가 싹을 틔우고 있는 장면은 우울에서 벗어날 방법이 자신의 의지에 달.. 더보기
다비드 칼리의 '사랑의 모양' 다비드 칼리 글, 모니카 바렌고 그림, 정원정 박서영 옮김, '사랑의 모양'(오후의 소묘) '사랑의 모양'은 사랑에 관한 그림책이다. 정성을 들여 가꾸고 돌보고 애정하는 것이 자기의 노력과 관계없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 우리에게 '사랑이란 뭘까?' 질문한다. 나는 모르겠다. 이 책은 사랑은 자기 의지와 관계없다고, 노력과도 관계없다고 말하는 것 같은데...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랑은 떠나가도 그 자체로 아름다운 거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은 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읽을 때도 읽은 뒤에도 나는 슬픈 마음이었다. 내가 더 살아봐야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버지가 30년 전에 해주신 말씀이, 20년이 더 지난 뒤에야 비로소 이해가 되었던 것처럼 이 책의 메시지를 가.. 더보기
알리스 브리에르아케의 '구름의 나날' 알리스 브리에르아케 글, 모니카 바렌고 그림, 구름의 나날(오후의 소묘, 2022) 오후의 소묘에서 출판된 '구름의 나날'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우울감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그림책이다. 구름이 드리워 무겁고 습한 머리! 책을 보는 내내 우울감에 내 머리속도 무거워지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라면, 다루지 않았을 '우울감', 그 소재가 독특해서 좋다. 나는 '오후의 소묘'에서 출판하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 너무 좋다. 내용과 그림이 잘 어울리고 책이 너무 예뻐서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이다. 독서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로 준다면, 감동을 줄 것 같다. 언젠가 꼭 그런 선물을 하고 싶다. 코로나 때문에 너무 우울해 있던 나는 이 책에서처럼 맑게 갤 날을 기다린다. 내 속에서도 지금쯤 예쁜.. 더보기
유스티나 바르기엘스카의 '두 여자' '두 여자'는 '오후의 소묘'에서 출판된 그림책이다. 너무 유명한 그림책 작가인 '이보나 흐미엘레프스키'가 그린 책이라고 해서 손이 번쩍 갔지만, 이 책의 글쓴이는 다른 사람이었다. '유스티나 바르기엘스카'! 이 사람은 내가 아는 작가가 아니다. 그러나 꼭 기억하고 싶어서 나는 작가와 그림, 옮긴이까지 그 정보가 실려 있는 페이지를 포스팅하기로 했다. 이야기가 너무 흥미롭다. 게다가 옮긴이 '고운'씨의 글조차 너무 감동적이다. 모두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 이브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책은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기보다 어른들을 위한 책같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책을 나 자신을 위해서 여러 권을 사기도 했다. 이 책도 꼭 그런 종류의 책이다. 딸과 엄마의 관계를 소재로 한 책인데, 딸보다 엄마가 읽으면 더..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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