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전체 글

김남주의 '창살에 햇살이' 햇살이 따스하고 포근했던 날이었다. 겨울이라지만, 마치 늦가을 같아서 김남주시인의 '창살에 햇살이' 시가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시인이 감옥에서 그날 느꼈던 햇살이, 바로 이런 햇살이었을 거라 생각하면서 하천가를 걸었다. 내게 김남주 시인은 아물지 않고 계속 덧나는 아픈 손가락 같다. 그의 시를 읽으면서 밤을 새고 용기를 키우고 울기도 했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그를 너무 빨리 잃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러고도 또 세월이 흘러 나는 시인이 세상을 떠났을 때보다 훨씬 더 나이를 먹어버렸다. 그렇게 세상을, 세월을 빠져나왔다. 김남주 시인을 한번도 직접 만난 적이 없는데, 시인을 생각하면 이 시에 나오는 목을 감아준 목도리 같기도 하고 옛 연인 같기도 한 기분이다. 그렇게 우리 청춘의 사랑이었던 김남주 시인! .. 더보기
세실 프란시스 알렉산더의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이것은 내가 자주 드나드는 김밥집에서 찍은 것이다. 꽤나 문학적인 김밥집 사장님은 여러가지 시를 예쁘게 붙여 놓으셨다. 김밥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을 때, 시를 읽는 재미가 있다. 특히, 요즘같은 코로나 시기에 세실 프란시스 알렉산더의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시는 위로가 된다. 시를 읽으면서 언젠가는 끝이 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는 사이 주문한 김밥이 나오고... 나는 즐거운 마음을 그것을 받아들고 집으로 왔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세실 프란시스 알렉산더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일출의 장엄함이 아침 내내 계속되진 않으며 비가 영원히 내리지도 않는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일몰의 아름다움이 한밤중까지 이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땅과 하늘과 천둥, 바람과 불, 호수의 산과 물, 이런 것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더보기
두고보자, 커다란 나무 사노 요코 글 그림, 이선아 옮김, 두고보자! 커다란 나무 (시공주니어) 사노 요코의 그림책은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그녀의 책은 그림도 예쁘지만, 내용은 더 감동적이다. '두고보자! 커다란 나무' 그림책도 딱 그렇다.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 귀찮고 성가시게 하는 존재가 바로 내게 가장 귀한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내 맘에 너무 들지 않는 나의 상황이, 결국 나를 행복하게 하는 요소임을 뒤늦게 깨달을 때가 정말 많았다. 이런 사실을 좀더 일찍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만약, 어린 시절에 사노 요코의 '두고보자! 커다란 나무'를 읽었다면, 훨씬 빨리 인생의 종요한 가치를 깨달았을 것이다. 그래도 너무 늦지 않게 이 사실을 깨달아서 다행.. 더보기
깃털없는 기러기 보르카 존 버냉햄 글, 그림/ 엄혜숙 옮김/ 깃털없는 기러기 보르카/ 비룡소 보르카는 다른 형제들과 똑같이 알에서 태어난 평범한 기러기였다. 그런데 털이 없이 태어난 것이다. 의사선생님이 진찰을 해보았으나, 별달리 문제는 없다고 했다. 그런 보르카에서 엄마기러기는 털옷을 짜서 입힌다. 그러나 깃털이 없다는 이유로 형제들에게 왕따를 당해서 보르카는 날기를 배우지 못한다. 날지 못한 보르카는 추운 겨울이 되었지만, 떠나지 못했다. 홀로 남은 보르카를 구한 것은 인간이었다. 보르카는 런던의 동물원으로 옮겨져 그곳에서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된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줄거리이다. 이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우리와 조금 다른 존재가 있더라도 차별하지 말고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을 배울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조금 다른 측.. 더보기
곰 아저씨와 춤추는 곰 프렌시스 토머스 글, 루스 브라운 그림, 이상희 옮김, 곰 아저씨와 춤추는 곰(반딧불이, 2004) '곰 아저씨와 춤추는 곰'이라는 그림책은 웃음거리로 동물에게 잔혹한 행위를 가하는 인간의 행동을 돌아보게 한다. 곰에게 쇠사슬을 채워, 재주를 부리게 하는 것이 과연 잘하는 행동일까? 책을 읽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이러한 관행에 대해 질문하게 만든다. 사실, 이 책에서는 조금 극단적으로 묘사되어 있지만, 동물들이 재주를 선보이는 서커스나 돌고래쇼, 코끼리쇼 같은 것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동물쇼는 우리 주변에서 흔한 구경거리이다. 이 그림책은 한번도 문제제기 하지 않고 동물쇼를 즐겁게 구경했던 아이들에게 분명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렇게 고통을 겪고 있는.. 더보기
빛이 사라지기 전에 박혜미, 빛이 사라지기 전에 (오후의 소묘, 2021) '빛이 사라지기 전에' 책의 겉표지는 홀로그램이 덮혀 있어서 이렇게 반짝반짝 빛이 난다. 햇빛에 반짝이는 윤슬이 살아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것 같다. 박혜미 작가의 '빛이 사라지기 전에'라는 그림책은 겉표지부터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이야기는 너무 간단하다. 파도타기하는 이야기가 다다. 그러나 시원하게 파도를 가르는 모습이 보는 이의 맘을 시원하게 한다. 나도 바다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한 장면, 장면이 모두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준다. 이 책은 지금처럼 더운 한여름에 보면 참 좋을 책이다. 시원하고 행복한 느낌을 동시에 준다. '빛이 사라지기 전에'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라기보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 더보기
권정생의 '강아지똥'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강아지똥 (길벗어린이, 1996)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똥'은 아이들에게 자아존중감을 생각하게 하는 동화책이다. 이 동화는 사람들이 쓸모없다고 하는 개똥같은 존재조차 귀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이 책 속에는 그것 말고도 흙 한덩이조차 귀하게 생각하는 농부도 등장한다. 그를 통해, 주변의 모든 것들을 다 소중하고 귀히 여기는 마음을 배울 수 있다. 강아지똥은 자기가 어떤 능력의 존재인지 알기 전에 주변의 참새나 닭, 흙덩이 등에 의해 '넌 아무 쓸모없는 개똥일 뿐이야!'라는 생각에 물들게 된다. 실제로 주변의 사람들이 먼저 아이들의 존재 가능성을 단정지을 때가 많다. 이런 가치판단이 아이들을 진짜 무능한 존재로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때 등.. 더보기
종이봉지 공주 로버트 문치 글/ 마이콜 마첸코 그림/ 김태희 옮김/ 종이봉지 공주(비룡소; 1998) 로버트 문치의 '종이봉지 공주'는 기존의 동화책 속의 공주이야기를 패러디한 이야기이다. 기존의 동화책 속에 나오는 공주들은 소극적이고 고난을 능동적으로 이겨나가기보다는 왕자의 도움을 받아서 고초에서 벗어나는 등의 스테레오타입이 존재한다. 그러나 종이봉지공주의 '엘리자베스'는 이런 공주의 이미지를 모두 벗어난 존재이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옷이 모두 불탄 상황에서 과감하게 종이봉지를 걸치고 약혼자를 구출하러 간다. 엘리자베스의 약혼자인 로널드 왕자가 용에게 납치당했기 때문이다. 용기있게 용에 대항해서 왕자를 구하러 간 엘리자베스공주는 게다가 지혜를 발휘해서 용을 물리친다. 그리고 로널드 왕자를 구하는데... 왕자는 고마워.. 더보기

반응형